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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8] 경제가 새로운 전환점 마련을 위해서는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른 분야에서도 변화가 요구됩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을 안 차리면 5~6년 뒤 큰 혼란이 올 것이라며 우리 경제에 대해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이미 "10년 뒤에는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지 걱정"이라는 발언과 지난 1월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는 사이에 한국이 샌드위치로 끼어 있다."는 "샌드위치 위기론"으로 각성론을 펴 온 이건희 회장의 이러한 경고는 경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른 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위기론의 대두는 삼성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래에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성장전략이 표류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지금의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념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제정책, 철밥통 노조, 반(反)기업 정서, 과학기술투자 소홀, 비효율적 인재공급 시스템, 갈등해소 메커니즘의 부재 등 열악한 경제사회적 인프라가 세계적 무한경쟁에 숨이 찬 기업들을 더 힘겹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반면 후발주자인 중국은 무섭게 따라붙고 있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고사할 수밖에 없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 5대 휴대폰업체 중 삼성전자와 LG전자만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에릭슨과의 기술 경쟁, 생산효율화 경쟁에서 밀린 결과 세계시장 점유율이 줄어 들고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업종의 성장동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데다 원화 절상과 고유가, 내수 침체 등 불안 요인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등 경제동향은 작년 한 해 동안 줄곧 한국 경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 왔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말대로 정말 지금 당장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불과 몇 년 사이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지도 모르는 지금의 상황에서 그런 파국을 막으려면 모든 분야가 골고루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인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고 하겠습니다.
아직도 엉뚱한 곳에 관심을 쏟는 기업인들이 적지 않은 것을 기업인 스스로들도 인지하고 있듯이 설사 다른 여건이 갖춰져 있어도 기업인들이 자신들의 역할과 본분에 소홀해서는 아무것도 이루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정치인들과 노조가 발목을 잡는다고 핑계만 댈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 전체가 정신을 차리도록 기업인들이 제대로 앞서서 정신을 차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 시장을 누비는 비즈니스맨들은 벌써 오래 전부터 한국 경제 위기의 징조를 현장에서 읽고 있었고, 이 소식은 그대로 국내에 흘러 들어와 알 만한 사람들의 상식이 된 지가 벌써 꽤 오래 되었다고 알려져 왔습니다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임금을 동결(凍結)한 것도 이런 상식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 정보의 올바른 분석과 경제정책 판단, 결정을 진두지휘하여야 할 청와대와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기만 합니다.
지난 9일 투명사회협약 보고회에서 "경제적으로만 보면 우리는 이미 선진국 문턱에 바싹 다가섰다"는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지난 4년 내내 어디서 잘못된 정책을 생산해 왔고, 그 잘못된 정책의 결과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명확하게 느낄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생각하면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국내 최대그룹의 총수인 한 기업인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임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앞으로 5년 후 중국과 유럽의 경쟁자들이 한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의 5대 주력 산업을 앞지르고, 그 때문에 우리 산업이 타의에 의한 구조조정을 강요당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그것은 단순한 혼란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의 발전을 수십년간 지체시킬수 있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변칙이 아닌 정상적인 시장경제로 돌아와야 하며 혼란이란 표현까지 동원한 이건희 회장의 경고를 경제정책 당국자들은 물론 정치인들도 깊이 새기고, 기술 개발과 새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것입니다.